전략 정역학(Statics)
규모의 경제 (Scale Economics)
Intro
넷플릭스의 독보적(idiosyncratic)성공을 두고 많은 분석과 해석이 오간다. 성공 요인으로 그들의 특별한 문화를 꼽는 사람들도 있고, 놀랍도록 정확한 추천 알고리즘, 매끄럽고 뛰어난 프로덕트 등을 꼽는 사람들도 있다.
다 틀렸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물론 특별한 문화나 뛰어난 프로덕트, 놀라운 수준의 알고리즘을 탑재한 추천시스템, 그리고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와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 등 넷플릭스 경영진의 탁월한 경영(operational excellence) 등은 오히려 성공의 필수 기본조건에 가까웠다. 앞서서 나열한 요인들은 모두 고정값(given)이라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필수 조건이지만, 성공을 빚어낸 "변수"는 아니었다.
넷플릭스가 독보적인 성공을 할 수 있게끔 해준 결정적인 변수는 바로 7 Powers 중 하나인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한 그들의 활용 "전략"이었다.
7 Powers의 저자인 해밀턴은 2003년부터 넷플릭스의 주주이자 고문으로 활동했으며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에게 많은 조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7 Powers의 추천사 역시 리드가 직접 썼다.
스트리밍으로 넘어가야 할 때(=규모의 경제가 달성되었을 때)를 아는 것
우리가 잘 알고 있듯, 넷플릭스의 시작은 스트리밍이 아니었다. 1997년에 시작한 넷플릭스는 처음에는 블락버스터(Blockbuster)를 상대로 DVD 우편렌탈 사업을 운영했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과 인터넷 기술의 발달 (e.g., AJAX, Web 2.0, etc), 인터넷 속도의 증가 등 결국 스트리밍으로 넘어가야 하는 이 긴요한 사실은(imperative) 업계에서 자명한 팩트였다.
기술이 있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기에, 정말로 "누구나" 스트리밍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넷플릭스에 더 중요한 질문은 바로 '언제' 전환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전환해야 할 것인가였다. 스트리밍 비즈니스로서의 전환 자체는 모든 미디어 플레이어들이 준비하고 있는 사실이었고, 넷플릭스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강력하면서 동시에 독보적인(idiosyncratic) 무언가가 필요했다.
넷플릭스가 이긴 이유는 스트리밍으로의 피봇 자체가 아니다.
흔히들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넷플릭스의 스트리밍으로의 피봇="신의 한 수"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스트리밍은 미디어 산업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진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였다. 우수한 운영도 넷플릭스가 이들과 경쟁할 때 독보적인 무기가 되어주지는 못한다. 오늘 우리는 디즈니+, 아마존 Prime Video, HBO Max 등을 보면서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전설적인 경영자로 잘 알려져 있는 인텔(Intel) 전 CEO 앤디 그로브(Andy Grove)의 책인 Only the Paranoid Survive 의 제목처럼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창업자 중에는 위험회피(risk-averse)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바로 스트리밍 사업에 올인하는 대신, 리드 헤이스팅스와 넷플릭스는 2007년부터 조심스럽게 전체 매출의 약 1~2% 만을 스트리밍 사업에 투자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들은 스트리밍 전쟁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지 다양한 실험을 거쳐 고민해왔다. 넷플릭스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때가 바로 삼성이나 소니(Sony)와 같은 가전제품 플레이어들과 전략적 파트너쉽을 시도했었던 때다.
넷플릭스가 이긴 이유는 바로 규모의 경제를 (scale economies) 활용한 것인데, 4년의 세월 동안 넷플릭스는 아주 치밀하고도 빠르게 구독자 수를 모았으며, 이는 규모의 경제 파워(Power)의 전제조건인 "규모"(스케일)를 충족할 수 있게 해주었다.
스트리밍 라이센싱에서 단독 스트리밍으로, 그리고 오리지널 콘텐츠로
그러나 단순히 규모가 크다고 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규모(스케일)은 쉽게 arbitrage 당할 수 있는 산업의 속성이었고, 넷플릭스는 큰 규모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방어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넷플릭스는 다른 것보다도 바로 콘텐츠가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콘텐츠는 구독자에게 제안하는 가치 (value proposition)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제안이었을 뿐만 아니라, 비용 구조에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항목이었다.
그때까지 넷플릭스는 주로 콘텐츠 제작자들과 스트리밍 라이센싱 계약을 맺어 콘텐츠를 확보했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이 있었는데, 제작자들로부터 콘텐츠를 수급하려다 보니 지역, 개봉일, 계약방식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조건을 맞춰주어야만 했고, 이러한 변동비용(variable cost)은 장기적으로 넷플릭스의 비용구조에 치명적일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넷플릭스의 당시 Chief Content Officer이자 현재는 리드 헤이스팅스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은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는 바로 이 시점에 넷플릭스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독 스트리밍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테드 사란도스가 오리지널 콘텐츠와 단독 스트리밍 계약을 밀어붙인 이유는 바로 콘텐츠 수급에 드는 비용을 변동비용(variable cost)에서 고정비용(fixed cost)으로 바꾸기 위함에서였다.
House of Cards를 시작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중심 전략을 펼친 넷플릭스의 주가는 100배 가까이 올랐고, 시가총액 역시 $50 billion에 이르게 되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비용구조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간단한설정을 해보자. 예를 들어 구독자 3천만 명을 가진 당시 넷플릭스가 한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100M(=약 천억 원)의 비용을 썼다면, 규모의 경제 덕에 고객당 비용은 $3 남짓일 것이다. (=$100M/30M) 그러나 구독자 백만 명을 가진 경쟁자가 같은 콘텐츠를 라이센싱을 통해 스트리밍하려면 구독자당 $100을 내야 한다.
넷플릭스가 이길 수 있었던 두 가지 요인: (1) 게임의 룰을 바꾼 것, 그리고 (2) 초기 시장 진출을 통해 얻은 스케일 어드벤티지.
넷플릭스가 만일 제작자 중심의 비용 구조(변동비용)라는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파워를 이룩하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쯤 "one of many" 정도의 사업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또한, 단독 스트리밍 계약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통한 비용구조 개선을 단행할 수 있게 해준 레버리지는 바로 다름 아닌 구독자 수의 스케일이었다. 그들이 경쟁사들보다 압도적인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면, 모든 것은 수포가 될 일이었을 것이다.
Benefit: 비용 감소(Reduced Cost)
규모의 경제가 더해진 사업에는 비용이 감소하게 되므로 현금흐름이 월등히 좋아진다. 앞서서 다룬 넷플릭스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와 단독 스트리밍 계약을 통해 변동비용을 고정비로 바꾼 다음부터는 구독자의 수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고객당 지출 비용이 엄청나게 감소했다.
Barrier: 천문학적인 비용(Prohibitive Costs of Share Gains)
그렇다면, 누구나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단독 스트리밍 계약을 하면 넷플릭스의 Benefit을 arbitrage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단한 사업을 갖추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회사의 경쟁자가 똑같이 규모의 경제로부터 오는 이익을(비용 감소) 얻고자 한다면, 먼저 합리적인 경쟁자가 취할 행동은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해 시장에서 자신의 점유율을 늘리고자 노력할 것이다(생산량, 혹은 스트리밍의 경우에는 구독자 수).
그러나 이미 규모의 경제가 갖춰진 회사를 상대로 경쟁자가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해야만 하는데 (더 낮은 가격),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 경쟁자는 비용이 대폭으로 오르는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따라서 경쟁자는 쉽게 규모의 경제를 통한 이익을(비용 감소) 따라 해내지 못한다.
넷플릭스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규모의 경제의 Barrier의 이러한 속성 때문에, 넷플릭스보다 구독자 수가 작은 경쟁사들은 넷플릭스와 경쟁하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게 된다.
넷플릭스가 하는 것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도 제작하고, 단독 스트리밍 권한 계약도 체결할 수 있지만, 그 대가는 장기적으로 큰 손실의 리스크를 짊어진 도박이 되는 셈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의 수를 줄일 수도 없다 (더 생산하지 않거나). 또 치명적인 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쉽게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그렇게 하는 순간 고객들은 더는 가치가 없는 경쟁자들의 플랫폼을 이탈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첫 번째 파워인 규모의 경제의 Barrier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환경에 놓인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경쟁자들 그들 자신이다.
규모의 경제의 다른 속성들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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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성공 요소중에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가장 주요했던 것은
1) 그들의 가장 중요한 Value Proposition 이 콘텐츠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2)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콘텐츠 수급의 비용 구조(변동비용)에서 단독 스트리밍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고정비용) 지속가능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으며
3) 그것을 변화시킬 (스트리밍 서비스, 오리지날 콘텐츠 제작) "때"를 잘 알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는 규모의 경제 전제조건인 이용자 수 (규모, scale) 가 달성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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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신중하게 규모를 확장하면서 수익의 2-3% 정도를 투자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갈 때와 오리지날 콘텐츠 제작 시기를 엿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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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략의 Benefit은 넷플릭스의 비용 감소(Reduced Cost)이며, 오리지널 콘텐츠와 단독 스트리밍 계약을 통해 변동비용을 고정비로 바꾼 다음부터는 구독자의 수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고객당 지출 비용이 엄청나게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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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Barrier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환경에 놓인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경쟁자들 그들 자신이다. 이미 규모를 선점한 경쟁사의 Benefit을 빼앗아 오려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며, 경쟁자들은 도박에 뛰어들어야만 한다.